故 이문근 목사님을 추억하며
평범한 중에 비범함을 가르쳐주신 목사님
[전목사~ 그동안 말씀으로 위로하고 힘을 실어준것 너무나 감사하고 내가 일일이 응답하지 못한것도 미안하네. 어제 CT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상하좌우 임파선 쪽으로 전이되어 이제는 더이상 손을 쓸수가 없게 되어 오늘 입원하여 기다리다가 마지막 호스피스 병동으로 들어가기로 했다네.
인명은 재천이고 모든것은 하나님의 주권에 속해 있으므로 순순히 받아들이고 때를 기다리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 아니겠나 나는 조금도 불평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지금까지 받은 은혜가너무 감사하다네. 70년을 넘기면서 배 찢어 대수술 한 적도 없고 뼈가 부러져 깁스한 적도 없고 119에 실려간 일도 없고…
이정도면 정말 넘치는은혜로 산것 아닌가 그것도 목회중이 아니고 아름답게 은퇴하고 쉬는 중이니 이또한 하나님의 큰 은혜라네. 이제 나는 마지막 한가지, 아름답게 삶을 마치려 하니 자네도 기꺼이 축복해 주게. 언젠가 우리 다 천국에서 반가이 만날 그날을 기다리면서 오늘도 소망중에 감사하면서 오직 주님만 바라보며… 故 이문근 목사님/대구성일교회 원로]
대구 성산교회 대학부 지도 목사님으로 만나, 스승과 제자로, 개척교회 동역자로, 가까운 맏형님처럼, 때로는 저와의 관계를 스스로 친구라 하시며 ‘우정’이라고도 표현해 주셨던, 귀한 목사님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재작년에 은퇴하시고, 갑작스런 발병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는데,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기, 두 주 전에 제게 마지막으로 힘을 다해 보내주신 메시지입니다.
1. 35년 추억의 여정
목사님과의 만남의 시작은 35년전 대학부 학생과 지도 교역자로의 만남이었습니다. 젊은 청년의 혈기가 가득했던 저에게, 교회가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저 보다 더 아득히 연소하셨을 그 나이에, 매주 수요예배를 마치면, 본인의 목양실로 불러 1년간 교회론을 개인적으로 가르쳐 주었습니다.
군 입대후에는 멀리 강원도 철원까지 면회를 오시고, 신대원 입학을 위해서는 부산의 군 병원에 후송 간 저를 대신해서 노회 면접을 보시면서까지 저를 신학교에 강권적으로 입학시켰던 분입니다. 이런 목사님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대구의 외곽 서재라는 곳에 목사님 가정만 교회 개척하는 일에 저희 부부가 함께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3년간 좌충우돌하며 목회 현장의 가장 기본인 개척교회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당시는 힘이 들었지만, 지나보면,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귀한 축복을 맛보았던 것 같습니다. 당시는 완전히 맨 땅에 헤딩하던 시기였습니다. 아내의 직장이 다른 도시에 있어서 힘든 나머지 3년만에 가진 첫 아이가 유산되기도 하면서, 힘든 사역의 여정을 지났지만, 힘들었던 만큼 하나님께서는 오래도록 그 상을 갚아 주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미국에서 이민교회를 개척한 후에, 은퇴를 몇 년 앞두셨을 때 교회 부흥회로 초청해서 큰 은혜를 받았고, 한주간 미국 중동부 지역을 투어 하며, 함께 은혜를 나누었습니다. 목사님의 소천하신 후, 카톡 사진첩을 열었을 때에, 손주 다음으로 많았던 사진이 당시 저희 부부와 함께 한 것들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못난 제자를 사랑해 주시는지, 마음이 한참 먹먹했습니다.
지난 5월에 모친이 소천하신 후에, 만나 잠시 나눈 대화가 기억납니다. 아들을 제게 잘 부탁한다는 말씀과 아이 둘은 그래도 결혼했으니 걱정이 없는데, 사모님이 제일 마음이 쓰인다고 하셨습니다.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련합니다. 지금은 경황이 없으시겠지만, 훗날 빈집에 홀로 들어서실 사모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2. 기도로 승리하신 목사님
목사님의 삶을 반추해 보면, 제게 특별한 분이어서가 아니라, 삶 그 자체가 특별한 은혜가 됩니다.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교훈, 평범하여도 얼마든지 비범한 삶을 살 수 있음을 교훈해 주셨습니다. 목사님은 배움이나 세칭 말하는 학문적인 공부를 많이 하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기도로 뚫어내신 분이셨습니다.
목사님의 시골 첫 담임전도사 사역지가 저의 총각 전도사로서의 첫 부임지였습니다. 꽤 세월이 흘러도 그곳 동네 모든 사람들이 동네가 쩌렁쩌렁하도록 동네 앞산에 올라가 바위 위에서 기도했던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예비군 훈련을 가서도, 휴식시간만 되면 앞에 나가서 복음을 전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여쭈어보니, 성령께서 강권하셔서 순종했다고 했습니다.
그 모습를 개척교회를 하는 동안 옆에서 보았습니다. 콘크리트로 박스형으로 지은 건물안에서 겨울 그 추운 날씨에도, 전기세를 아낀다고 온도를 높이지도 않은 채, 외투를 걸친 채 늦게까지 소리내어 기도하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한편, 그때 그 기도생활이 폐와 늑막에 병이 생긴 이유라고 누군가 말하기도 합니다.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그것 또한 목사님에게는 최선의 순종이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3. 영혼에 열정을 가지신 목사님
두 번째는, 전도의 열심이 가득하셨습니다. 멀쩡히 위임목사로 있던 중에 개척을 하셨는데, 그 이유가 마음껏 전도하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개척지였던, 대구의 외곽 서재라는 곳은 당시에 논밭이 눈앞에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점심을 먹고 나면 반드시 주보 몇 백장을 접었습니다. 그것을 가지고 한 겨울에도 여름에도 상관없이 새로 생기는 아파트 집집마다 전도지를 넣는 일을 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그 지역에서 가장 규모있는 교회로 성장을 했습니다.
더불어, 목사님의 전도의 방법은 제게 행하셨던 것처럼, 한 영혼에 대한 간절함이었습니다. 개척을 하였을 때,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알콜 중독자, 수면장애를 가진 이들 등. 목사님은 그들 한명 한명을 친구처럼 여기셨습니다. 이민교회 담임목회 21년을 지나가는 제가 생각핵도 마음이 울컥해집니다. 어떻게 청년 대학생 한명을 가르치겠다고, 매주 수요예배 설교후 목양실에 앉아 원투원의 도제식 교육을 할수 있었는가?하는 것입니다. 한 영혼에 대한 간절함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4. 교회중심의 삶을 사신 목사님
세 번째는 항상 ‘교회 중심’을 강조하셨습니다. 죽도록 교회를 사랑하라는 말씀, 목사는 교회의 노예라는 사실, 목사가 생명 다해 교회를 위해 헌신하지 않으면 절대 부흥은 없다는 말씀, 실제 그 말씀대로 목사님은 그렇게 교회 앞에 한결같은 최고의 사랑과 충성을 바치셨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눈에 보이는 교회를 통해 섬긴다는 사상들과 대부분의 지금 저의 교회론의 기본은 목사님께 배운 것입니다.
목사님은 세상 조건으로 따지면 평범한 분이셨습니다. 그러나 그 평범함을 하나님 손에 의탁함으로 비범한 삶을 살아내셨고, 지금도 자신의 평범함에 갈증하는 이들에게 말씀할 이유를 가지고 계십니다. 기도의 사람, 전도의 사람, 교회의 종이 되는 것, 그 속에 모든 좋은 것이 다 들어 있음을 알게 합니다.
5. 예수 그리스도의 종
상주되는 아들이 밤늦게 제게 전화를 해서 비문을 적어 달라고 합니다. 지체없이 제게 가르쳐준 말씀대로 적어보냈습니다. 적어 보낸 후에, 나는 나의 삶에 대해 이렇게 신속하게 글문을 남겨 줄 제자가 있는가? 그런 주님의 제자를 양육하는 열정이 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죽음을 통해서도 가르침을 쉬지않는 목사님을 추억하게 됩니다.
[平生 오직 주의 몸된 敎會에 사랑과 忠誠을 드린, 예수 그리스도의 종 이곳에 잠들다.]
